너무 다른 부부
내 남편은 앞선 글에도 언급했다시피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에너지를 내기 위해 먹는 사람입니다. 또한 나와 생활패턴이라던가 생각하는 방식, 성격, 식성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게 없습니다. 그는 집에서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제발 조용히 소파에 앉아 TV 좀 봤면 좋겠는데 부산스럽게 움직이면서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해서 신경 쓰이게 만듭니다.
그런 그는 취미로 주말마다 배드민턴을 칩니다. 시간만 있다면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치러 다니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레슨받을 시간이 없어서 일단은 레슨은 받지 못하고 취미로 치러 다니고 있습니다. 직장도 다니면서 주말에는 늦잠을 자야 하는데 어떻게 새벽같이 일어나서 배드민턴을 치러 다니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배드민턴 레슨을 받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런 그가 나에게 함께 배드민턴을 쳐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을 꺼냈습니다.
"배드민턴 치면 살 엄청 빠질걸?"
그 이야기에 솔깃하여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배드민턴은 전신운동이고, 땀이 엄청 많이 나며, 그만큼 힘든 운동이라서, 막상 시작하면 많이 힘들지만 네가 원하는 살은 엄청 빠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나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살이 쉽게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 것이고 힘들면 하기 싫어질 테고.... 다시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때 남편은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제안을 했습니다. 한 달 동안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본인과 시합을 해서 이기면 원하는 소원(피부 시술 or 성형수술 or 명품 제품)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귀신에 홀린 듯 그의 말을 반드시 따라야 할 것 같았습니다. 생각할 겨를 도 없이 ok를 외쳤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게으르지만 운동신경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꾀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어차피 져도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 한편으로는 배드민턴 레슨 결제를 하면 월 수 금은 무조건 레슨받으러 나가야 할 테고, (비교적 성실한 나는)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을 것이 뻔했습니다.
일요일에 '내일이 월요일이야.. 운동 가야 해 T_T 이번 주 세 번이나 가야 해 어떡해', 월요일에도 '두 번만 자면 또 나가야 해. 어떡해 T_T', 금요일조차 '주말은 금방 지나가는데.. 주말 지나면 다시 레슨 나가야 해 어떡해..'
심지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시술이나 갖고 싶은 물건이 없는데... 굳이 고통받고 운동해서 그를 이겨야 할까?'까지 생각하는 자기합리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고통에 무한 굴레 속에 그에게 이런 나의 마음을 털어놓으니 남편은 나의 마음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의 그는 시작 전부터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거면 그냥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기 전부터 그렇게 스트레스인데 시작하면 얼마나 힘들어 할 것이냐며 그냥 배드민턴을 안 배우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경우 시간이 없어서 레슨을 받지 못하는 것인데 기회만 된다면 무조건 감사하게 받을 텐데 그렇게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게으름뱅이의 마음을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는 바보)
결국 바라는 대로 되었구나
남편의 말이 너무 일리 있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공감 능력 100% 소유자인 나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만..... 나와 그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므로 그분처럼 감사하게 기회를 잡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청개구리 심보가 있었습니다.
본래 자기합리화를 하며, 레슨 안 받겠다 95%, 레슨받겠다 5%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남편에게 물어본 것이었는데 그가 바로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청개구리 마음이 발동하여 바로 배드민턴 레슨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끝까지 해내서 그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첫 번째 레슨 날 너무 충격을 먹고 바로 수수료를 물고 등록 취소를 하였답니다. 갖은 핑계와 자기합리화 지존인 내가 핑계를 대보자면 한 달 레슨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 보였습니다.
5개월은 다녀야 실력과 체력이 올라갈 것 같았고, 무엇보다 배드민턴은 같이 쳐줄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 운동이며 보통 2:2 복식으로 하는 운동인데, 레슨받으러 오신 분들은 다들 배드민턴 클럽 회원분들이셔서 짝을 이루고 오셔서 레슨을 받으셨고, 심지어 엄청 잘 치셨습니다.
생초보에 혼자인 나는 같이 칠 파트너도 없었고, 용기 내어 그곳 분들에게 같이 쳐달라고 이야기를 해서 쳐보니... 민폐가 그런 민폐가 없었습니다. '아.. 이곳은 생초보인 내가 낄 자리가 아니구나.' 그날 바로 체념하고 취소했습니다.
남편은 "결국 네가 바라는 대로 되었구나ㅋㅋㅋ."라고 나를 놀려댔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레슨 첫날의 일을 떠올려보면 취소하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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