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슬림과 먹보는 출산 후도 다르다
친한 친구들 중에 아기를 낳은 친구가 3명 있습니다. 나와 한 친구는 식욕이 왕성하고, 다른 두 친구는 태생이 마른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넷의 출산 후 몸의 상태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원래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출산 후 살이 더 찌는 반면에 모태 마름 친구들은 출산 후 살이 더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마른 그녀들은 공통적으로 아기를 케어하느라 밥 먹을 시간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이 보느라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풉니다. 하지만 마른 그녀들은 아이 보느라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입맛도 떨어지고 먹을 힘이 없다고 했습니다.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며,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왜 나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인 것인지... 힘들어서 입맛이 떨어지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인지.. 너무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출산 후 밥 먹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있습니다. 밝고 귀여운 '왕쥬'라는 네임의 유튜버인데 나는 종종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먹방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녀 또한 먹는 것을 좋아하고 통통한 체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녀도 아기를 낳고 일상 vlog도 종종 올라왔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너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래전 영상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그녀는 아기를 돌보고 끼니를 때우려 라면을 끓였습니다.
다 끓이고 먹으려는데 갑자기 아기가 찡얼대며 엄마를 붙잡고 우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끓이기 전에 아기가 울었다면 우는 아기를 달래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라면을 다 끓였기에 그녀는 다리에 매달려 있는 아기를 입으로만 "우쭈쭈" 해주며 싱크대 쪽에 일어서서 라면을 열심히 집어먹었습니다.
아기가 영혼을 빼놓았기 때문에 정신이 털려 라면이 귀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라면을 흡입하는 모습을 보고 나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내 영상이 나도 모르는 새에 찍혀 저곳에 올라간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나와 하는 행동이 똑같았습니다.
나는 압니다. 그렇게 영혼이 털린 채로 음식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정신없이 흡입하고 나면 음식의 고유의 맛을 음미하며 먹지 못했기 때문에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충족되지 않은 나의 마음은 다시 다른 먹잇감으로 달래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거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른 친구들이 밥 먹을 시간이 없다고 하면 나는 늘 '왕쥬'이야기를 꺼냅니다. "밥 먹을 시간이 없는 게 아니고 네가 그냥 안 먹는 거야. 먹을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먹을 수는 있단다. 음미는 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마른 자와 돼지의 차이란다. 먹고 싶어 하는 욕구, 욕망의 의지 차이란다. T_T" "너희가 너무 부럽다."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던 시절
어릴 적에는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활동량이 많았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슬림한 편이었습니다. 내가 본격적으로 살이 찌게 된 것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입니다. 중2 후반부터 급격하게 살이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주변 친구들은 "너는 먹는 거에 비해서는 살이 안 찐다."라고 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무서울 정도로 많이 잘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키도 많이 컸나 봅니다.
(키가 그만 크고 싶었던 나는 목이 마를 때 흰 우유를 즐겨마셨는데, 키가 클까 무서워 억지로 흰 유를 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아무리 배가 찢어져라 많이 처먹어도 171cm에 68kg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최고 무게는 68kg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때는 다이어트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살을 뺀다고 소중한 쉬는 시간마다 힘든 줄넘기를 하는 걸까? 왜 굳이 힘들게 살을 빼는 걸까?
여중, 여고를 나와서 그런지 이성에 아직 눈을 뜨지 못했던 나는 살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살에 대해서 말장난을 쳐도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속상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워낙 장난기도 많았기 때문에 친구들과 말장난을 쳐도 내 스스로 자기 비하 디스를 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나날이었습니다.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을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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