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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아버지는 시원하셨을 텐데 - 더 많이 밟아드릴 걸.. -

by 홀려버린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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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길면서 자세가 안 좋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허리가 아팠습니다.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서 허리는 점점 더 안 좋아졌고,

출산 후 나의 허리는 엉망진창이 되어

 

바닥에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나가고, 딱딱한 곳에 누워있으면 허리가 나가고,

여러 이유로 허리가 자주 아팠습니다.

 

 

그렇게 늘 허리가 아프던 어느 날 침대에 엎드려있는데,

아이가 "엄마 허리가 아파? 안마해 줄까?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하나도 안 시원할 텐데... 흠...' 생각하며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아가야!!! 아예 엄마 허리 위로 올라와서 엄마를 좀 밟아봐.

뛰거나, 점프는 절대 하면 안 되고, 엄마의 등과 다리를 놀이터 삼아 돌아다녀 보렴!!!"

 

첫째는 알겠다며, 곧장 내 위로 올라와서 등과 다리를 돌아다녔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둘째도 놀이인 줄 알고, 형님과 함께 엄마를 밟고 돌아다닙니다.ㅎㅎ

 

 

너무 시원해 애들아!!! 계속 계속 밟아줘!!!!!!

 

진짜 상상이상으로 너무 시원했습니다ㅠㅠ!!! 아이들의 무게로 내 몸을 눌러주니 고급 안마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다시 찾아온 기시감...;;;

 

 

 

 

 

 

내가 어릴 적 아빠는 일을 끝내고 오시면 늘 등을 밟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린 나는 아빠의 넓은 등을 밟는 게 놀이터 같고 너무 재밌었습니다.

하. 지. 만 천사 같은 마음을 지녔었던;;; 어린 나는 나의 무거운 무게로 아빠를 밟으면 아빠가 너무 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 때문에 마음껏 밟아드리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가볍게 느껴지라고 장롱을 잡고, 나의 체중을 그쪽으로 약간 옮긴 뒤 아빠를 밟아드리거나,

땅 한 번 등 한번 번갈아가며 왔다 갔다 하거나.....

 

그렇게 하다 보면 아빠는 괜찮다고, 그냥 올라와서 등위를 돌아다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어린 나는 그럼에도 아버지가 너무 걱정이 되어;;;

(나는 무거운데 왜 자꾸 그냥 올라가서 돌아다니라는거야ㅠㅠ;)

등위를 밟는 게 너무 재미있었지만 조금만 밟아드리다 말았습니다.................

 

 

이제 와서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와 놀아주려고 밟으라고 하셨던 것이 아니라..........

내가 밟는게 진짜로 시원해서 밟으라고 하셨던 거군요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밟아 드릴 걸 ㅠㅠ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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